드라마 정주행에는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요즘 자꾸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있다.. 비밀의 숲에 빠져 허우적대더니 이번엔 또 괴물... 하도 주변 드라마 덕후들이 <괴물>이 그렇게 명작이라고 홍보를 해서 또 넷플릭스에 찜만 해두다가 드디어 저번주에 보기 시작했다. JTBC 드라마 <괴물> 정주행 리뷰라고 쓰고 과몰입 주접떨기를 시작해본다.
*스포주의*
결말포함
'이 미친 드라마...' <괴물>을 보면서 매회마다 했던 말이다. 정말이지 미친 드라마다 괴물은. 사실 1화부터 3화까지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도 안가고, 인물들의 매력이 확 다가오지 않아서 시큰둥하며 봤다. 그러다가 4화부터 서서히 범인의 윤곽이 나오자 그날 11화까지 달려버리고 말았다. 정말 사람 혼을 빼가는 드라마라고 생각할 정도로 보다보면 기가 빨려나가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근데 너무 재밌어서 멈추지는 못하는..
만양파출소에서 근무하는 만양 공식 또라이 경찰 '이동식'과 만양 파출소에 새로 온 차기 경찰청장의 아들 '한주원' 이 두사람이 주인공이다. 한주원은 20년전 살인 사건의 용의자였던 이동식을 끊임 없이 의심하고, 이동식도 계속해서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여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초반에는 정말로 '이동식인가?','아니겠지..','이동식 맞네~', '엥 아닌거 같은데' 의 무한반복이었다. 앞서 리뷰한 <비밀의 숲>과 비슷하게 한명씩 다 돌아가면서 의심하게 만든다. 그런데 항상 이 사람이다 확신할때 쯤이면 아닌 증거가 나오고,, 또 다시 의심하면 그 사람도 아니고..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결국 이동식이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한주원이 눈치 채게 되고, 그 때부터 우리는 마음놓고 동식이를 믿고 진범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주인공을 의심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서 드라마를 보게 되는데 그 주인공 자체를 못 믿게 되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결국 드라마 중반 쯤 진범이 강진묵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뭔가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만양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았고, 그리고 사망한 민정이는 본인의 딸인데,,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여태 의심한 사람들에게 좀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드라마가 중간까지밖에 안온 상태에서 진범을 공개하는건 의아했다. 개인적으로 범인이 밝혀지기까지가 제일 흥미진진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도 반전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일찍 공개한것이겠지.
강진묵을 잡고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할때, 강진묵은 유치장에서 자살해버리고, 동식의 동생 이유연은 정말로 강진묵이 죽인게 아니라는게 밝혀지면서 다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말았다. 설상가상 남상배 소장님도 죽고, 강진묵과 남상배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이유연은 누가 죽인 것인지 알아내야 할 숙제가 다시 생겨버렸다. 내내 기억을 잃고 사슴 타령을 해대던 정제가 본인이 유연이를 차로 쳐서 죽였다고 자백했는데, 그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 뒤에서 말하겠지만 <괴물>에서의 최애는 박정제인데, 초반부터 어딘가 의심스러웠는데 그냥 이렇게 동식이 바라기 친구로 끝날것 같지는 않아서 쟤도 뭐가 있겠구나,, 하고 착잡하게 봤었다. 역시나,, 정제가 유연이와 몰래 사귀던 사이었고, 술 취한 채로 운전을 하다가 쓰러져있던 유연이를 아주 차로 즈려밟고 지나가버린 것이었다.... 그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었던건지 정제는 정신이 나가버려 매일 사슴 모습을 한 여자를 죽였다는 소리를 해댄것이었고, 엄마 도해원은 그런 아들을 정신병원에 4년이나 가둬버린 거였다.
그런데 여기서 또또 반전이 나온다,, 정제가 차로 친 유연이를 처리해 달라고 도해원이 이창진에게 부탁했는데, 여태 도해원은 이창진이 유연이를 처리한 것으로 믿고 20년동안 돈을 뜯기며 살아왔었다. 하지만 유연이는 이창진이 아니라 숨어서 다 보고 있었던 강진묵이 다시 데려간 것이었다.. 그래서 강진묵이 죽기전 유연이는 내가 죽인게 아니다. 나는 너한테 돌려줬다. 라고 한것이었다. 그리고 정제가 사고를 내기 전 이미 서있는 유연이를 차로 치어버린 사람이 있었는데.. 한기환 차장이었다. 한주원의 아버지인.. 그것도 엄청 충격이었다. 결국, 한기환이 술을 먹고 운전하다가 강진묵에게서 손가락을 잘린채 도망쳐나온 이유연을 차로 치고 도망간 것이었고, 그렇게 쓰러져 있던 이유연을 술먹고 운전하고 있던 박정제가 두번째로 친 것이었다. 도해원은 당연히 앞서 한기환이 한번 친것을 알았을리 없었고, 이창진에게 마무리를 부탁하고 사건을 무마한 것이었다. 그 대가로 여태 돈을 다 뜯기면서 살았던 것이었고,, 박정제는 충격먹고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었고.. 진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해하는게 엄청 어렵지는 않은 신기한 드라마.. 결국 한기환도 한주원의 작전대로 그토록 원하던 경찰청장에 올랐을 때 체포했고, 박정제도 감옥에 갔고, 이동식은 민정이의 손가락을 유기하고, 범인을 알았음에도 모르는척 했기 때문에 1년 살다 나왔다. 용두용미 드라마이지만, 나는 살짝 아쉬웠다. 뒷 이야기를 더 보고싶은 마음 때문에.. 시즌2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만 결말이 저렇게 깔끔하게 끝나서 나오기 어려울 것 같긴 하다 ㅠㅠ
이 드라마는 대본, 연출, 연기 모든게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본을 어떻게 쓴건지 또 궁금해지는.. 작가님 천재이신가봄.. 그리고 신하균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만, 이동식 역할을 신하균이 아닌 다른 배우가 했다면 큰일났겠다 싶었다. 초반에는 까칠한 한주원의 캐릭터가 그닥 매력없다 생각했는데 역시 여진구 배우는 뭔가,, 피땀눈물이 있어야 하는가보다.. 3개월이 지난 후 변한 모습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이유연을 죽였다는 걸 알았을때 그때부터 포텐이 터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두 주인공 뿐만 아니라 다른 역할을 맡은 배우분들의 연기도 엄청났다. 아 특히 강진묵 역할 하신 이규회 배우분... 진짜 연기 너무 잘하셔서 너무 무서웠다...
마지막으로 나의 최애 캐릭터 박정제. 정제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겠다만,, 나는 초반부터 자꾸 정제한테 마음이 쓰였다. 어딘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불쌍하기도 하고,, 엄마한테 휘둘려 사는게 너무 안쓰러웠다. 엄마의 비틀린 모정으로 인해 정제가 그렇게 된거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그리고 뭐만하면 동식이, 동식이.. 동식이 건들지 말라고 하는 걸 보면서 얘네는 뭐 얼마나 대단한 우정인거야? 싶었다ㅋㅋ 동식이도 등치산만한 정제 걱정하고 챙겨주는게 참 남다른 관계인가보다 생각했다. 거기 나오는 사람중에 덩치는 제일 크면서 서무반장이라 싸움도 잘 못할 것 같고, 어려서부터 소심하고 눈도 못마주치고, 좀 허약한 게 마음에 들었다(?) 동식이가 뭐라고 하면 찍소리도 못하고 맨날 뭐만하면 찔찔 울고.. 과연 동식이가 3년뒤 출소한 정제를 용서하고 다시 받아줄지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정제도 범죄자고 해서는 안될 일을 했지만 자꾸 짠한 마음이 드는 캐릭터다 ㅠㅠ
이런 명작 드라마가 있다는걸 모르고 살았다면 큰 손해일뻔 했다. 1년이 지나서 보기는 했어도 그래도 이만하면 덜 뒷북인 수준.. 1주년은 아직 안됐는데 같이 1주년 축하할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한동안은 또 괴물과,, 정제에 빠져 살아야겠지.. 다음에는 쓰다만 <술꾼도시여자들>리뷰나 드디어 6주년을 맞이하는 <시그널> 리뷰로 돌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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