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 어릴 적부터 영화 보는 것을 그닥 즐기지 않았다고 했는데, 드라마는 자주 보곤했었다. 엄마가 보는 드라마를 같이 보다 보니 여러 드라마를 보게 되었으니까. 그럼에도 '인생 드라마'는 없었다. 그냥 다 보고 나서 "재밌었다"가 다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16년 방영된 <시그널>이라는 드라마에 과몰입하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절대 그냥 "재밌었다"만 할 수 없다. 종영후 6년이 지난 지금도 이재한 형사를 울부짖으며 시즌2를 원하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정주행 중인<시그널> 리뷰는 다음에 써볼 예정이다.
*스포주의*
나의 인생 드라마인 <시그널>과 함께 tvn 수사물의 양대산맥으로 여겨지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비밀의 숲> 이었다. 시그널 덕후였던 나에게 주변 많은 사람들이 비밀의 숲도 꼭 보라고 추천해줬었다. 하지만 드라마 정주행은 잘 못하는 체질이었던 나는 '그게 그렇게 재밌나?' 생각하고 보지는 않았다. 넷플릭스에 가입한 후에도 계속해서 비밀의 숲이 보였지만, 망설이는 사이에 시즌2 까지 나와 정주행 할 거리가 더 늘어나 버렸고, 결국 더 겁을 먹고 찜만 해두었다. 그러다 할일이 아무것도 없어진 이번 겨울에 갑자기 충동적으로 비밀의 숲을 보기 시작했고, 1화 엔딩곡이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화를 눌러야만 했다. 그렇게 일주일도 안되어서 시즌1을 다 정주행 하고, 연달아 시즌2 정주행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시즌2는 시즌1만큼의 긴박함은 없어 흥미가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볼 만 했다. 사실 나는 비밀의 숲의 스토리 자체보다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좋아하는 편이기에 시즌1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2에도 대부분 그대로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즌2를 보기에 충분했다.
비밀의 숲을 쓴 작가님이 이게 데뷔작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첫 작품이 비밀의 숲이라니... 비밀의 숲은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끝까지 달려가는 드라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인물을 한번씩 의심하게 만들고, 그 사건과는 별개라고 생각했던 사건들이 모두 연관이 되어있는 등 복잡하다. 그렇지만 결국 모든 잔뿌리들을 헤치고 땅을 파다보면 거대한 줄기를 발견하게 되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 것 때문에 비밀의 숲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것 아닐까. 사실 시그널처럼 에피소드식으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비밀의 숲을 보면서 중반에는 다소 지루하긴 했다. 빨리 범인이 누군지 알았으면 좋겠는데 자꾸 다른 사건들이 등장하고, 그 사건들의 범인을 잡는데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반부에서 그 모든 지루함이 와장창 깨졌다.
시목이와 함께 의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용의선상에서 벗어났지만 끝까지 의심스러웠던, 알 수 없었던 이창준의 정체를 알았을때, 혼란스러우면서도 감탄할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범인이라고 거의 확신할만큼 의심했던게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이창준을 그저 좋은 캐릭터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연재를 너무나 사랑해서 원하지 않던 재벌가 사위가 되었고, 그래서 본의 아니게 한조에 충성해야 했던건 맞다. 그렇지만 결국 그도 나쁜일에 가담을 한 것은 맞지 않는가. 아예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는 것이 이창준의 매력이겠지만. 드라마 상에서도 그를 그저 영웅으로 치켜세우지 않고 '괴물'이라고 언급하면서 이창준의 악행을 합리화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자신의 어린 아들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윤과장의 스토리가 사실 연민이 가기 마련인데, 범죄자를 미화하지 않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이것이 비밀의 숲을 한층 더 높은 수준의 드라마로 만들어주는 요소같다.
비밀의 숲은 상당히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은 각자의 뚜렷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비밀의 숲을 사랑하는 팬들은 각자 자신만의 최애캐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주인공인 황시목, 한여진, 이창준 등을 최애캐로 꼽지만,나의 최애캐는 강원철 검사장이다. 사실 시즌1을 볼때는 최애를 고르지 못했다. 최애가 생길 틈을 주지 않고 쉼없이 달려서 정신이 없었다. 시즌2가 다 끝나고 나서야 최애가 생겼다. 강원철 검사장은 참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황시목처럼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옳은 길만을 가는 사람은 실제로는 흔하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하지만 강원철은 유혹들에 흔들리기도 하고, 결국 그 유혹에 넘어가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반성하고 다시 옳은 길을 향해 가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지만, 그런 사람도 흔하지 않기에 이상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후배들을 위해 앞장서주고, 체제에 적당히 순종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은 서슴치 않는 인물이라는 점이 좋았다.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그저 후배사랑이 유별난 츤데레 선배님이었다. 이창준 서부지검장이 직을 사임하겠다고 했을때 그 넓은 강당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치는 장면, 특임 해체를 철회해 달라며 검찰총장에게 부탁하던 장면 들이 강원철에게 점점 스며들게 한 것 같다. 캐릭터 자체가 너무 멋있었기에.. 시즌 2 마지막에 검사를 그만두고 낚시꾼이 되기는 했지만, 만약 시즌 3가 나온다면.. 다시 복귀해주길 바란다. 검사장님은 높은 자리에 수트입고 계셔야 멋있어요..
그리고 뒤늦게 사며든 김사현 부장님이 내 차애. "이렇게 곱상해서 형사부 어떻게 하냐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발언 전까지는 그냥 꼰대 선배인줄 알았는데 그 이후로 그냥 귀여운 말티즈 같은 선배였다는 걸 알게되었다. 어딘가 특이한 시목이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고 쟤는 저런가보다.. 생각하는 것도 꽤 웃기다. 황시목과 김사현이 은근 웃긴 조합이다. 내 최애와 차애가 만나는 장면이 딱 한번 나온다는게 좀 아쉽다. 김사현도 시즌 3에 꼭 나와줬으면 좋겠다. 시목이 부담임쌤 하셔야죠 부장님.
그리고, 많은 팬들이 바라고 있는 시즌 3. 과연 비밀의 숲 시즌 3가 나올까? 나는 시그널 2를 6년째 기다리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직 종영한지 2년밖에 안된 비밀의 숲을 꽤 잘 기다릴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시즌 3 제작 확정이 난건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해본다고 했던것 같으니까. 시즌 3가 나온다면,,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다. 시즌 1은 박무성 살인사건으로, 시즌 2는 검경수사권 다툼으로 시작했는데 시즌 3는 어떤 주제를 다룰지 무척 궁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든 캐릭터들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황시목은 이제 입 벌리고 크게 웃을 수 있게 된건지, 한여진은 경찰청에서 외로운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인싸로 잘 지내고 있는지, 서동재는 죽다 살아나서도 그 버릇 못 고친건지... 그리고 강원철은 아직도 낚시에 소질이 없는건지.. 정든 캐릭터들을 다시 볼수만 있다면 시즌 3 스토리가 정말 재미없대도 참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돌아와줬으면 좋겠다.. 시목이가 박장대소해서 울면서 뒤로 넘어갈때까지 해줬으면 좋겠다. 시그널2와 함께 다음 시즌을 존버할 드라마가 또 생겼다. 부디 올해에는 시그널2랑 비숲3가 다 나오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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