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영화/드라마 추천
넷플릭스를 보기 시작한지 일년 쯤 되어가는데, 사실 돈이 아까울 만큼 넷플릭스를 자주 보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간 보고 싶었던 작품들이 올라와 있으면 천천히 하나씩 정주행 중인데, 혼자만 알기 아까운, 혹은 이미 유명하지만 한번 더 소개하고 싶은 영화, 드라마들을 정리해봤다. 아, 나는 거의 한국 작품들을 좋아해서 외국 작품 위주의 추천을 원하신다면 다른 글을 찾아보시길.. (앞선 리뷰에서 추천한 작품들은 제외했다.)
시그널
앞선 <비밀의 숲> 리뷰에서 언급했듯이 드라마 <시그널>은 나의 인생드라마다.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과거의 이재한 형사와 현재의 박해영 경위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사실 이렇게만 말하면 허무맹랑한 판타지물처럼 들릴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에 줄거리를 들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 드라마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한 사건당 약 2화씩 진행되며, 그 사건들을 모두 관통하는 이재한 형사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 범인을 잡을때의 희열, 주인공들의 슬픈 스토리 들이 시그널의 매력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수가 있는건지 의문일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시그널>을 인생 드라마로 뽑는 이유가 있다. 여러분들도 꼭 한번 보시길 바란다. 다 보고 나면 어디선가 들리는 시그널 OST 멜로디 하나에도 눈물겨워질 것이다.
무뢰한
영화 <무뢰한>은 살인자 박준길을 잡기 위해 그의 애인 김혜경에게 접근하는 형사 정재곤의 이야기이다. 정재곤은 범인을 잡기위해서라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하지만 정의롭다고 할 수 없는 경찰이다. 정재곤은 살인자 박준길이 잠적하자 그의 애인인 김혜경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녀가 일하는 술집에 위장 잠입을 한다. 만난 첫날부터 눈치 빠른 혜경에게 의심을 사지만, 점점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결국 재곤은 혜경을 사랑하게 되었고, 재곤과 혜경의 아슬아슬한 사랑 이야기가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이다. 상처가 가득하지만 애써 감추고 자신을 치장하는 혜경이 불쌍하기도, 혜경을 향한 사랑과 범인을 잡아야하는 일 중 고민하는 재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둘 다 그리 착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힘들기에 이상한 감정이 드는 영화다. 새벽에 보면 더욱 좋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내내 밤이나 새벽이 배경으로 나오기 때문에.. 어딘가 꿉꿉하고 찜찜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두운 분위기의 멜로를 좋아하신다면 추천.
소공녀
영화 <소공녀>는 집은 없어도 위스키 한잔과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이만 있다면 행복한 '미소'의 삶을 그린다. 돈이 없어 월세를 내기 힘들어지자 미소는 과감하게 집을 포기한다. 절대 위스키와 담배는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 지낼 곳이 없어진 미소는 대학시절 밴드를 같이 했던 멤버들의 집에 돌아가며 찾아가 신세를 지게되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참 재밌다. 누구보다 빛나던 청춘이었지만 결혼 후 자신을 잃어버린 현정, 이혼 후 사람답게 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대용 등 각자의 아픔을 미소가 위로해주곤 한다. 하지만 정작 미소의 아픔은 치유해줄 사람이 없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남자친구 한솔이마저 돈을 벌어 미소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외국으로 떠나버리고.. 미소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처음에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겠거니 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남들과는 다르게 집을 포기하고 술과 담배를 택하는 미소를 우리가 뭐라 할 자격이 있을까. 오히려 위스키와 담배에 행복해하는 미소가 부러웠다. 그리 무겁지 않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독립영화.
봄날은 간다
영화 <봄날은 간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또다른 작품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혼한 경험이 있는 방송국 PD 은수와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가 주인공이다. 두사람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같이 일하며 만나게 되었고, 그 유명한 "라면, 먹을래요?" 대사 후 연인으로 발전했다. 초반에는 상우가 은수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강릉으로 한달음에 달려오기도 하고, 은수와 더 오래있고 싶어 회사에 거짓말까지 해서 땡땡이를 치기도 하는 등 죽고 못사는 사이였다. 하지만 상우가 은수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서부터,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고.. 어찌보면 은수가 이기적이고 나쁜 여자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고.. 나이 듦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영화라고 한다. 추운 날에 어울리는 따뜻하지만 쓸쓸한 멜로 영화. 2000년대 초 아날로그 감성이 잘 드러나 있어 좋다. 영화를 본 뒤 OST인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도 꼭 들어보시길.
케빈에 대하여
마지막 추천 영화인 <케빈에 대하여>는 소개한 작품 중 유일하게 외국 작품이다. 평소에 외국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나는 주연배우인 에즈라 밀러 때문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에즈라의 리즈를 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정말 철학적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에바가 아들 케빈을 갖게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케빈은 어려서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행동한다. 엄마를 약올리듯이 행동하기도 하고, 동생의 눈을 멀게 만들기도 하는 등 점점 정도가 심해졌고, 결국 케빈이 일을 저지르고 만다. 과연 케빈이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게 임신했을때부터 아이를 거부했던 엄마 에바의 잘못인지, 아니면 그저 선천적으로 그런 성향을 타고난것인지. 과연 모성애란 무엇인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모성애가 과연 모든 여성에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다소 난해하고 무거운 감이 있지만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추천.
이 외에도 추천하고 싶은 좋은 작품들은 많지만, 추리고 추려서 만든 추천 리스트다. 아쉽게도 넷플릭스에 없는 작품들도 있고, 내 최애 영드인 <셜록>은 올해부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게 되어 추천하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 올해는 알차게 넷플릭스를 이용해야지. 금액도 올랐는데 돈 아깝지 않게.